[미국 세법] '해외 재산'의 불편한 진실

재산은 힘이다. 돈은 권력이자 여유다. 하지만 국가는 이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끊임없이 세금을 부과하고 적법한 신고를 강요한다. 이전에는 국적에 한정됐지만 이제는 국경을 넘어서도 납세자들을 옥죄고 있다. 재산이 어느 나라 어느 은행에 있든지 상관없이 그 주인을 추적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조치는 미국과 주요 강대국이 시작했고 아시아 주요국가들이 동참하면서 그 숫자는 60여개 국가로 늘어났다. 납세자의 국적과 신분, 거소 지역에 따라 보유 잔고와 출처가 고스란히 세무당국에 보고되는 것이다. 미주 한인들에게도 올해 1월 1일부터 이것이 현실이 됐다.

한국과 미국의 재산, 은행 잔고가 모두 보고되고 과세 대상이 된다는 정부 발표에 따라 여러차례 관련 기사와 인터뷰를 생산했다. 반응은 다양했다. 은퇴해 미국에 살고 있다는 한 독자는 6년 전 한국 은행에 1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일주일 정도 갖고 있었는데 자진신고를 해야하느냐는 질문을 해왔다. 또 다른 여성은 결혼으로 오는 3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예정인데 한국의 은행 잔고를 어느 국가에 신고하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 등 수많은 상황과 조건에 놓인 독자들이 문의를 해왔다. 이중 상당 부분은 세무 당국도 세부화하지 않아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져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한국인, 한인 등 한국의 납세자로 구분된 사람들의 역외재산 즉, 해외에 보관 중인 재산은 어느 정도일까. 영국의 비영리 단체인 '조세정의 네트워크'의 2013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 납세자(또는 납세법인)로 해외에 보관 중인 재산은 총 880조원이라고 한다. 이는 한국의 한해 국민총생산(GDP)의 60%에 해당되는 엄청난 돈이다. 물론 이 금액 전부가 과세를 피해 해외로 빼돌린 재산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히 과세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돈이다. 이중엔 정치 비자금도 있을 것이고 기업에서 세탁한 돈과 부동산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 자료가 나름 근거를 갖고 있는데다 스위스, 호주 등 기존에 돈을 숨길 만한 곳들이 모두 이번 금융계좌 정보교환 협약에 가입한 상태라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의 주요 세무관련 로펌들도 분주해졌다. 3월 말로 예정된 기획재정부 자진신고 기간도 다가오고 있어 자문을 구하는 이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선의로 재산 이동이 있었던 이들이 과세를 받아들이고 신고절차를 문의하거나 이중과세 방지를 문의하는 것은 이해할만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법망과 세금을 피해보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항변은 있을 수 있다. 열심히 한국에서 번돈을 미국에서 살고 있는 지금 다시 한국에 보고한다거나, 미국에서 성공해 한국에서 은퇴생활을 하는 이들이 세금 때문에 시민권을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관행처럼 해왔던 비밀스러운 해외자금 운용을 원천적으로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한발짝 떨어져서 보면 역외재산 추적의 핵심은 '순리'가 아닌가 싶다. 정당하게 얻은 소득이라면 감출 필요가 없다. 이를 몰래 감추려는 게 이상하다. 누리는 소득만큼 그에 대한 책임도 필요한 것이 자본주의의 기본 룰이다. 그렇지 않을 때는 천민자본주의가 되고 만다. 만약 과세가 두려워 불편해 하고 있을 한인들이 있다면 재산신고를 서둘러 형사책임에 면죄부를 받고 더 나은 소득 활동을 이어가면 될 것이다. 하지만 기사를 보고 문의해왔던 몇몇 한인들의 "왜 정부 좋은 일만 강요하느냐"는 질문은 여전히 머리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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